"도솔천 물길 따라 번진 330만㎡ 붉은 융단"... 9월 고창 선운사 꽃무릇고창 선운사 꽃무릇, 9월 도솔천변 석산 군락과 산사 산책
[tnt뉴스] 최윤미 기자=초가을 선선한 서해 내륙 바람이 선운산 도솔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9월 중순,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삼인리 500) 일원의 조계종 제24교구 본사 선운사 어귀가 붉은빛 꽃무릇(석산)으로 덮인다.
도솔천 맑은 물줄기를 따라 일주문에서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계곡 숲길 좌우로 수백만 송이의 꽃무릇이 일제히 꽃대를 밀어 올리며 계곡과 숲 전체를 선홍색 화원으로 채운다.
잎이 진 뒤에 꽃이 피고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돋아나 평생 서로 마주하지 못한다는 수선화과 다년생 식물인 석산은 선운산 도솔천변의 울창한 활엽수림 그늘 아래에서 군락을 형성한다.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의 불교 사적과 대규모 야생화 군락이 맞물리며 초가을 도보 탐방객들의 발길이 닿는 공간이다.
탱화 방부제 역할과 사찰 주변 석산 집단 식재의 역사적 연원
사찰 주변에 꽃무릇이 집중적으로 서식하게 된 배경은 전통 불교 미술 및 사찰 건축 보존의 역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꽃무릇의 둥근 비늘줄기(알뿌리)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의 일종인 리코린(Lycor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불화를 그리거나 경전을 제본할 때, 그리고 목조 건축물의 단청을 올릴 때 좀벌레와 곰팡이 같은 해충의 침식을 막기 위해 찹쌀풀에 꽃무릇 뿌리를 찧어 섞어 천연 방부 접착제로 활용했다.
선운사를 비롯한 남도 고찰들이 경내와 사하촌 주변 숲에 석산을 대대적으로 심어 가꾸기 시작한 이유도 이와 같은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맹독성을 지닌 알뿌리는 쥐나 뱀의 접근을 차단하는 생태적 방어막 구실도 겸했다. 사찰 수호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방편으로 시작된 식재가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자연 증식해 오늘날 선운산 일대 약 330만㎡(약 100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군락으로 확장됐다.
도솔천 징검다리와 극락교를 잇는 3km 평탄 보행 동선
선운사 꽃무릇 탐방로는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해 일주문, 부도전, 도솔천 생태숲, 선운사 경내, 도솔암 진입로까지 편도 약 3km 구간에 걸쳐 형성돼 있다.
특히 도솔천을 가로지르는 극락교와 징검다리 주변은 계곡물에 투영되는 붉은 꽃무릇의 그림영과 암반이 어우러져 주요 관찰 지점으로 꼽힌다.
일주문부터 선운사 대웅보전 앞마당까지 이어지는 평지 흙길은 턱이 없고 경사도가 완만해 휠체어나 유아차를 동반한 보행 약자도 무리 없이 통행할 수 있는 무장애 보행 환경을 갖췄다.
선운사 본당을 지나 도솔암 방면으로 이어지는 진산 숲길 또한 마사토와 낙엽이 깔린 완만한 흙길로 정비돼 있어 보행 피로도가 낮다.
부도전 주변의 고즈넉한 석조 부도탑들 사이로 피어난 꽃무릇의 자태를 감상하며 경내와 도솔암 초입 진흥굴까지 왕복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안팎이다.
9월 중하순 개화 주기와 천연기념물 동백숲 연계 식생
선운사의 꽃무릇은 통상 9월 초순부터 땅속에서 꽃줄기가 솟아나기 시작해 9월 15일을 전후로 꽃망울을 터뜨리며, 9월 20일부터 25일 사이에 절정기를 이룬 뒤 9월 말부터 차츰 시든다.
꽃이 완전히 시들어 떨어진 10월 이후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아나 혹한의 겨울을 버텨내고 이듬해 봄에 시드는 독특한 생활환을 지닌다.
꽃무릇이 붉은 융단을 이루는 도솔천변 뒤편으로는 선운사 대웅보전(보물 제290호) 뒤쪽 산비탈을 따라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수령 500여 년에 달하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사시사철 짙푸른 상록 활엽수 잎을 드리우고 있어, 붉은 꽃무릇과 짙은 초록빛 동백 잎이 만들어내는 색채 대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운영 시간과 무료 관람 체계 및 가을철 방문 실무 정보
고창 선운사는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개방 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른 문화유산 감면 정책에 따라 입장료는 전액 면제되어 별도의 관람 요금 없이 경내와 생태숲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주차 시설은 선운산도립공원 집단시설지구(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392)에 대형 버스 100여 대와 승용차 1,0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야외 주차장이 완비돼 있다.
주차 요금은 승용차 기준 1일 정액 2,000원(경차 1,000원)이 부과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고창공용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 방면 농어촌 시내버스(직행 및 완행)가 30~4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터미널에서 선운사 종점까지 약 25분이 소요된다.
자가용은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IC)에서 진출해 국도 22호선 및 지방도 734호선을 따라 이동하면 약 15분 만에 도달한다. 꽃무릇 만개기 주말에는 주차장 진입로에 차량 정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른 오전 시간대 도착이 권장된다.
탱화와 불화를 지키기 위해 사찰 숲에 뿌리내렸던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은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천년 고찰의 고요함과 대자연의 생명력이 어우러지는 호남의 대표 초가을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 물안개가 도솔천을 감싸는 평일 이른 오전 시간대나 산 그림자가 계곡을 덮기 시작하는 오후 4시 무렵에 찾으면 붉은 꽃물결의 질감과 산사의 풍경소리를 한결 여유롭게 마주할 수 있다.
희귀 식물 군락과 천연기념물 식생 보전을 위해 관람로 울타리 내부로 무단 진입해 꽃을 꺾거나 밟는 행위를 삼가고 정해진 탐방로만을 이용하는 보행 에티켓이 필수적이다.
인근에 자리한 고창 고인돌 유적지, 고창읍성 맹종죽 숲길, 만돌갯벌체험학습장, 구시포해수욕장과 연계해 동선을 구성하면 고창의 유구한 역사 문화유적과 서해 갯벌 생태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가을 보행 일정이 완성된다. <저작권자 ⓒ tnt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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